이번엔 수술실을 실습 다녀온 후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나는 자대 병원이 있는 학교를 다닌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인지 근처 종합병원으로 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전라도에 있는 I병원이다.
역시나 간호학생들은 병풍도 아닌 먼지였다.
첫날 수간호사에게 인사하니 그냥 간단하게 답해주고 끝.
그나마 자대 병원에서는 수간호사가 실습생들 모아서 오티도 해줬는데 여기는 그런 거 없다.
실습 때는 미리와 있는 다른 학교 간호학들이나 먼저 실습한 학생들과 친해져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편하다.
이곳에 오면 수술실 전용 유니폼(일제강점기 죄수복 같이 생겼다)으로 탈의실에서 갈아입어야 한다. 그리고 엄청 추웠던 기억이 난다.
실습생이 걸리적 거리면 욕먹는다. 특히 수술할 때 조심해야 한다. (나는 너무 추워서 겨드랑이에 손 넣고 있었는데 팔짱 낀다고 욕먹었다.)
수술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는 못 봤다. 어떤 병원은 자유롭게 수술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는 보라고 하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허락을 우선 맡아야 볼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케이스 스터디는 정말 곤욕이다. 아이디랑 패스워드를 보통 주지만 환자들 정보도 볼 수 없는 무용지물이고 간호사한테 매번 부탁을 해야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곳은 다른 사람들에게 개방이 안 되는 곳이어서 그런지 쉽게 볼 수 있었다.
실습은 정말 일하는 게 복이다. 아무 일도 안 하면 그렇게 곤욕스럽다. 시간이 너무 안 간다... 실습은 요령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인사하고 수술복이랑 수건들을 접는다.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눈치껏 물어서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입는 슬리퍼 신고 밖에 나갔다가 욕먹는다. 나갈 때는 하얀색 실습 가운을 반드시 입고 나가야 한다.
조무사 실습생들도 있었는데 여기는 하는 일에 구분이 없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곳에 일하는 간호사 80% 이상이 모두 조무사였다. 남자 간호사들이 유독 많다.
보통 실습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회복실에서 바이탈 사인 측정이나 아주 기초적인 거를 시킨다.
에피소드를 올리자면 실습 둘째 날이었다.
문 밖에서 한 남자가 갑자기 "야~ 문 열어라!"외쳤다. (무슨 양반이 온 줄 알아갔다. )
갑자기 가장 막내 남자 간호사가 번개처럼 뛰어간다. 그러더니 수술복을 앞에서 입히고 쫓아가면서 뒤에 끈을 묶어주더라... (속으로 별놈이 다 있구나 싶었다.) 나중에 탈의실에서 만났는데 그 의사 욕을 엄청하더라고...
알고 봤더니 그 병원에 의사이면서 과장이라고 한다. 수술복을 입지도 않는다. 간호사들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나의 미래가 참 우울해 보였다.
의사는 두 분류뿐이라고 한다. 간호사를 좋아하는 의사 또는 간호사를 싫어하는 의사.
정말 놀라웠던 사실은 식당에 가면 의사 구역이 따로 나눠져 있다. 계급이 존재했다. 내는 실습복 위에 입는 랩 가운을 따로 구매를 해서 마크 없이 그냥 하얀색이라 그것만 입으면 실습생인지 의사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 내가 실습 가운만 입고 다니면 나이까지 있다 보니 간호사들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처음엔 너무 당황했지만 나중엔 그냥 나도 인사했다. 반면에 참 씁쓸했다. 내가 실습생인 줄 알았으면 벌레 취급을 했을 텐데....
다짐을 했다. 일반 종합병원에 갈 바에는 차라리 요양원에 취업하리라. 경력 쌓으면 무조건 미국으로 갈거다. 안 그러면 여기서 벌레 취급받는다. 우리나라 간호사들 정말 불쌍하다. 환자한테 치이고 의사한테 치이고 선배한테 치이고 몸은 피곤에 쩔어 망가지고...
그리고 작은 수술이라도 수술은 절대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해야 한다. 준종합병원은 무균술을 잘 안 지키다 보니 균에 감염되어 죽을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조무사들이 간호사 역할을 대신해서 수술방에서 보조 하는 경우가 많다. 몇 일전 뉴스를 보니 의사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던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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