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고향이 부산, 아버지 고향이 강원도라 이 두 곳 외에는 여행을 제외하고는 지방에서 살아본 적 없다.
미국에 가려고 간호학과에 진학하려다 보니 학교에 맞춰서 오게 된 곳이 익산이다.
어느덧 간호학과를 졸업한 지도 6개월이 되었다. 40대에 나이에 대학을 결정한 것도 쉽지 않았고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니 힘들었다.
정말 안 갈것만 같더 시간이 흘러 지금은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나 인생에서 가장 나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이 늦은 나이에라도 간호사가 된 것이다.
아내와는 10년 전에 만나 뜻하지 않게 아이가 생겨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서울에서는 아내와 맞벌이로 일하면서 비빌 언덕도 없어 부엌 겸 거실이 있는 작은 방 두 개짜리에서 5인 가족이 생활을 하였다. 그냥 먹고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를 보는데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들의 힘든 삶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 영상을 보면서 나와 우리 가족의 미래가 두려웠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계획하게 되었다. 하지만 가진 것이 없는 나에겐 이민을 받아주는 나라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찾아본 것이 간호사였다. 간호사는 어느 정도 자격만 충족되면 이민을 갈 수 있는 나라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정년이 길어 내가 원하면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고졸인 내가 간호학과를 가려면 수능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법뿐이었는데 직장을 다니며 다시 공부할 자신이 없었다. 물론 4대보험이 되는 직장에서 근무를 한 경험이 있으면 만학도 전형도 노려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직장이 아니었다. 그래서 찾게 된 것이 독학학위제였다. 1년이면 학위도 따고 학사편입은 일반편입보다 경쟁률이 낮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렇게 1년을 준비하고 졸업장이 나오자마자 간호학과를 지원하게 되었다. 사실 이때도 10군데를 지원했었는데 다 떨어졌었다. 그때 처참함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망연자실하고 있던 가운데 추가합격으로 2곳에서 연락이 와서 아이들을 아내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자세한 얘기들은 다른 글에 적었다)
그렇게 편입해서 3년을 조카뻘 되는 아이들의 무시를 받으며 버텨 버텨 졸업을 해서 비록 요양병원 이긴 하지만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다니다가 지방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에 만족하냐는 질문을 누가 한다면 나의 대답은 '네'이다.
1. 우선 저축을 할 수가 있다.
서울에서는 물가가 비싸다보니 저축은 꿈도 못 꿨다. 무엇보다도 가장 부담이 컸던 것이 집값이었다. 하지만 지방은 물가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집값이 저렴하다. 저금리 대출을 받으면 10만 원도 안 되는 이자만 내면 나머지 버는 돈은 다 내 거다. 게다가 더 넓고 좋은 집은 덤이다
2. 혼잡하지 않다
인구가 적다 보니 서울처럼 교통체증이나 붐비는 지하철에서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다. 나처럼 사람 많은 거 싫어하는 사람에겐 지방이 오히려 좋다
3. 인프라
쿠팡, 이마트 등 인터넷으로 모든 것들이 주문되는 세상에서 물건을 못 구해서 불편한 적은 없었다. 아주 시골이 아닌 이상 병원도 다 있다.
4. 마음에 여유
돈이 있어야 여유가 생긴다. 돈이 없으면 괜히 가족들에게 화를 내고 차를 몰면 계속 화만 난다. 그런데 여기서는 오히려 좀 더 좋은 아빠가 되었다. 집값이 덜 들면 내가 가족과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진다
5. 학군도 나쁘지 않다.
여기서도 SKY다 보내더군. 물론 강남 정도의 학군은 아니지만 여기도 치열하다. 나는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 큰 관심은 없다. 오히려 미국에서 한국에서 공부하는 거 반만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
6. 학교혜택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학생이 적은 학교는 거의 모든 것이 지원이 나온다. 이 또한 가계에 도움이 된다. 나는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아야 한다는 주의기 때문에 그러기엔 좋은 환경이 아닌가 싶다. (물론 만점왕이라든지 기본적인 공부는 시키고 있다). 공부가 다가 아닌 세상에서 나와 아이들과의 관계까지 망치며 살아가고 싶지 않다.
7. 아이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서울 보다 위험도 적고 자연적으로 갈 수 있는 곳들이 많다 보니 여행도 자주 다닐 수 있다. 아이들이 너무 빨리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 많은 추억을 남기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8. 교통체증이 없다
대중교통이 서울보다 잘 안되어 있지만 자가용을 타고 다녀서 오히려 더울 때는 시원하게 추울 때는 따뜻하게 집에서 바로 출발할 수 있고 교통체증도 거의 없어서 편하고 좋다.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 인프라
가장 그리운 것이 자전거 도로이다. 서울에서는 조금만 나가면 한강대로를 자전거를 타며 맘껏 달릴 수 있었는데 여기는 울퉁불퉁 도로에 가다 보면 불법주차도 많고 사고 위험도 많다.
2. 직장이 많지 않다.
서울만큼 일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 적다. 혹시라도 온라인으로 수입을 벌거나 전화 상담원(쿠팡은 재택이 가능하다고 한다), 택배 같은 직업이나 생산직도 지방은 꽤 있다.
3. 싱글들은 심심할 것 같다
문화시설이 서울만큼 잘 되어 있지는 않고 지인들도 서울에 있다면 심심할 수는 있을 듯하다. 하지만 SRT 타면 1-2시간이면 서울에 갈 수 있으니....
그 외에는 특별히 단점이 없는 것 같다. 만약 경제적으로 힘들다면 난 지방 추천한다. 내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너무 깡 시골이 아닌 어느 정도 인프라가 있는 도시는 살아보니 서울보다는 오히려 더 나은 것 같다.
지방을 고르는 기준은
SRT나 KTX가 다니는 곳
아플 때 갈 수 있는 큰 병원이 있는 곳
대형마트가 있는 곳이라면 서울에서 살다가 와도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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