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흘러 흘러 요양병원에서 일한 지도 4개월이 되어 간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느 직장이던지 3개월, 6개월, 9개월... 3 배수 때마다 위기가 온다고 하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난 요즘 조무사들과의 갈등이 고민이다.
조무사들이 대부분 50-60대이고 가장 어린 조무사가 40대이다. 경력은 보통 5년 이상이다.
게다가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반 병원에서 간호사가 하는 액팅업무에 차팅업무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신규간호사가 무시를 받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나마 나이가 있어서 덜한 편이지만 20대 신규 간호사가 가면 나이도 어리지 업무도 미숙하지 그러다보니 동네 북이 된다.
말을 은근히 놓거나 텃세를 부리거나 짜증을 내며 지적질을 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요양병원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여자들이 많다 보니 은근한 기싸움, 험담도 엄청나다.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지만 수 선생까지 혼내기 시작하면 정말 자존감이 바닥까지 무너진다.
'이 길이 정말 나하고 안 맞는 것일까....'하고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의사들이 무능력하다.
오전에 회진하고 자기 방에 가서 뭘 하는지 전화하면 자다 깬 목소리로 전화받는다. 그리고 월 천만 원씩 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반 이상은 그러는 듯하다. 내가 일하는 요양병원 의사 중 한 명은 나이가 꽤 많은데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그냥 간호사가 말하는 데로 처방해 주기만 한다. 참 돈 쉽게 번다.... 지방이라 의사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런다고 한다.
업무는 배우는데 한계가 있다.
아무래도 요양병원에서는 수술이 없다 보니 배울 수 있는 액팅업무는 드레싱, 요도관 삽입, IV, IM, 수액준비, 위관영양, 그 외에 약이름 외우기 정도이다. 그나마 차지 간호사 업무를 하다 보니 환자가 저혈당, 발열, 의식저하, 낙상 등이 오면 어떻게 처리하는 지를 경험으로 배우게 된다. 오전에 의사들이 회진하면 따라다니고 환자에게 필요한 약이나 질환에 관하여 노티한다. 이런 부분은 엔클렉스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만 너무 야매로 하다보니 무균술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이다. 카테터나 비관영양관은 보통 씻어서 다시 쓰는 경우도 많고 무균장감은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소독솜은 솜뭉치를 모아둔 통에 소독약을 부어서 만든다. 처음에 이거 보고 너무 놀랐다. 드레싱 할 때 보면 나름 무균술을 지킨다고 하는데.... 종합병원에서 보던 거와는 차이가 크다. 게다가 환자도 많다 보니 대충 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비용절감 때문에 그러는 듯 보인다.(환자들 소변 대변은 간병사 분들이 처리한다.)
구내식당 음식이 최악이다
요즘 재정이 어려워 더 그렇다고 한다. 오죽하면 환자들도 맛없다고 매일 불평이다. (물론 맛있는 요양병원도 있다고 하는데.... )
그나마 보호자들이 고맙다고 보내주는 간식이 많다. (하지만 카스타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요양병원에서 거의 뉴케어, 두유와 함께 국민간식이다.)
시끄럽다
무슨 업무시간에 차팅 하다 보면 레크리에이션이라고 해서 뽕짝 틀어서 강사하고 운동한다. 조용한 걸 선호하는 나에게는 아직도 적응도 안되고 특히 차팅 넣을 때는 적응이 안 된다.
목이 아프다
대부분 노인이고 귀가 안 들리는 분들이 많다 보니 요양병원에서 일하다보면 목소리가 커진다. 나는 처음 왔을때 다들 화가 나있는 줄로만 알았다.
어떤 환자들이 많은가 보면
치매 노인들이 많다보니 똥 만지고 투척하는 경우
어떤 할아버지 노인은 고추를 자꾸 만지고 간병과 여사분들한테 성적인 발언을 서슴지 하는 경우
노인들끼리 애정행각을 벌이는 경우
서로 싸우는 경우도 많다. 그냥 노인들이나 애나 다 똑같다. 별 이유도 아닌 걸로 치고박고 욕하고 싸운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나는 잡초처럼 버티고 있다.
나도 3개월 차 되었다고 IM은 쉽고 IV도 웬만큼 잡는다. 여기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혈관이 안 보이거나 쉽게 터지거나 고난도가 많다. 웬만한 혈관 보이는 IV는 거짓말 조금 보태고 눈감고도 한다.
요양병원 근무를 추천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상처받고 오는 거라면 추천이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나이트 근무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집에서부터 가깝고 나이트 근무를 안 하는 게 나에겐 첫 번째 조건이었다. 물론 나이트 킵은 지방 기분으로 200 후반대 정도 받는 듯하다. 물론 월급은 짜지만 경력이 있으면 요양 병원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나이 어린 신규로 오면 그냥 조무사들한테도 까이는 길거리 깡통이다. ) 여기도 조무사나 간호사나 이직률이 높아서 그런지 여기는 처음에는 1년씩 계약직이고 3년 이상부터는 정직원으로 일한다. 사람이 없어서 일자리 구하기는 쉽다
어쨌거나 나는 경력 1년 채우기 존버 중이다. 다음엔 미국으로 미련 없이 떠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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