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봉 8천 달러( 원화로 약 1억1천만 원에 수당 합치면 대략 1억 4천 정도)에 드디어 사인했다. 미국에 도착하면 10,000달러 (한화1400만원)도 즉시 입금해 준다고 한다.
오후에 근무하는데 문자가 왔다 계약서 사인하라고. 계약서를 보니 시급이 내가 예상한 금액보다 높았다. 나는 사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화려하지 않아서 미국 요양원에서 시급 30-35달러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기에 계약서에 적힌 시급을 보자마자 소리 질렀다. 와.... 나도 이렇게 큰돈을 받을 수가 있구나. 신규 간호사로 처음 시작할 때 나보다도 어린 간호사, 조무사, 수간호사로부터 일 못한다고 혼날 때마다 자존감이 무너졌던 시간들이 마구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아내에게 전화해서 '여보 그 동안 고생 많았어.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라는 말을 하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 전화로 서로 울면서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갱년기인지 요즘 눈물샘이 자꾸 터져 나온다...)
미국 병원에서 혹시라도 마음이 바뀔까 봐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얼른 사인했다. 간호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근무하면서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시작했고, 입학해서 수업시간에 조카뻘 되는 학생들 앞에서 교수한테 모욕적인 말을 들었던 일, 실습 가서 어린 간호사들로부터 혼났던 일, 시험 때 밤새 가면서 공부했던 일, 처음 취업해서 일을 시작했을 때 계속 실수하고 혼나면서 간호사라는 직업이 나하고 정말 안 맞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도 하고 태움을 당하면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 꼭 가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하루, 한 달, 일 년을 버티고 나니 나에게도 이렇게 억대 연봉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 병원과 계약하기 위해 정말 많은 미국 병원과 에이전시들로부터 거절을 받았었다. 괌에 있는 어떤 병원은 사인 직전까지 가서 연락 두절된 경우도 있었고, 요양원 경력이라고 답장 조차 하지 않는 에이전시도 많았다. 정말 수백 곳으로부터 거절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서러움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미국 문호가 언제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이 아닌 확정된 미래를 가지고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큰 차이다. 누구는 비싼 돈 들여 유학을 보낸다지만, 나는 그냥 미국 가서 아이들을 더 좋은 환경의 미국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노후 준비도 이젠 10년 이상 세금을 내면 굶어 죽지 않을 만큼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남은 삶은 더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

나는 처음 간호사 도전을 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에서 쓰레기를 줍는 할머니 영상을 보면서였다. 지금 정신 차리지 않으면 노후에 아내와 리어카를 끌면서 종이 박스를 줍게 될 생각을 하니 너무나 암담했다. 닭장 같은 집에 아이 셋을 키우며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나에겐 미래라는 게 없었다. 저금은 꿈도 못 꿨다. 다단계 하다가 망한 적도 있었다. 일하던 회사가 갑자기 부도가 나서 일을 못하게 된적도 있었다. 내 부모님은 부유한 분들이 아니라 나는 비빌 언덕도 없었다. 그냥 조금 더 잘 살아보고 싶어서 시작한 도전이었다.
난 희망이 없어 절망에 빠져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당신이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목표를 향해 달리다가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서 툭툭 털어버리고 다시 그 목표를 향해 달리면 된다는 것을. 목표에 빨리 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40대 고졸 미국 간호사 도전기 > 미국 간호사 도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서만 넣으면 들어갈 수 있는 지방대 간호학과 이름 알려드림 (0) | 2024.11.17 |
---|---|
망고카 엔클렉스 NCLEX 요약본 노트필기 판매합니다. (2) | 2024.08.12 |
미국 간호사 면접 예상 질문 26가지 (0) | 2024.07.01 |
미국 간호사 화상면접 꿀팁 11가지! (2) | 2024.07.01 |
40대 만학도 신규 요양원 간호사 미국 병원 합격! (42) | 2024.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