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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대학생 첫 실습 후기 - 신장 투석실

망고카 2021. 6. 2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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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한국에서는 간호대학을 나와야 하고 그 기간 동안 1000시간의 실습시간을 채워야 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자대 병원이 없는 학교들은 실습이 어렵다고 하는데 내가 다니는 대학교는 다행히 자대 병원이 있어서 한 학기 동안 어렵지 않게 실습 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나의 첫 실습으로 배정된 곳은 신장 투석실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무엇이든지 처음은 떨리고 긴장되는 것 같다. 나 역시 긴장이 돼서 실습 나가기 전에 인터넷이나 유튜버로 찾아본 기억이 난다. 사실 간호실습생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바이탈 사인(활력징후) 측정, 약 배달, 환자 체위변경 보조, 혈당 측정, 청소, 침대 시트 씌우기 이 정도이다. 하지만 처음 실습을 나가면 그 마저도 서툴러서 긴장을 하거나 실수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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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기 전에 난 모든 간호사들은 밥먹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니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신장투석실은 달랐다. 점심시간 되면 모두들 나가서 밥 먹고 오고 교대 근무도 없다. 칼퇴근이다. '와우!'

그렇다 보니 한 번 들어오면 나가질 않아서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곳에서 보통 하는 일은 규칙적으로 예약된 시간에 환자들이 오면 기계를 통하여 피를 깨끗이 걸러주도록 돕는 곳이다. 대부분의 일들이 기계로 이루어지다 보니 실습생들이 하는 일은 그냥 정해진 시간에 커프만 감아주면 기계가 알아서 혈압을 측정해 준 뒤 기록하면 끝. 그리고 투석이 끝나면 침대 뒤처리만 도와주면 끝이다. 일이 힘들지 않으면 간호사들도 스트레스가 많지 않아서 인지 짜증도 별로 없다. 

 

하지만 여자들이 있는 한국 사회다 보니 서열이 분명하다. 나이가 좀 있는 간호사한테 질문했더니 볼펜 집어던지더라... 실습 가서 궁금한 게 있으면 눈치껏 막내들한테 물어라.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친절하다. 

 

여기서 웃긴건 환자나 간호사나 서로 반말이다. 환자들이 수 년동안 오다 보니 너무 가까운 듯하다. 남자 환자가 간호사 엉덩이 때리고 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꼭 진상들이 있다. 투석시간이 보통 몇 시간씩 하다 보니 자고 있을 때 깨우면 지랄을 한다. 학생들이 울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블랙리스트를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동물들처럼 자기가 항상 눕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누워있으면 싸움도 난다. 

신장 투석을 혹시라도 예약된 시간에 안 오면 둘 중에 하나라고 한다. 죽었거나 응급실이거나. 

대부분의 환자가 당뇨로 때문에 신장이 망가져 투석을 하러 온다. 실습을 통해 당뇨가 얼마나 무서운 질환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요즘 몸 키우려고 단백질 파우더 많이 먹거나 물을 많이 안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신장 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투석할 때 혈관이 팔뚝 만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난 투석하고 싶지 않아서  하루에 1.5리터 이상 물을 꼭 마신다. 

 

어쨌든 신장투석식은 꿀이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가면 된다. 눈치껏 쉬어야지 너무 쉬면 꼭 뭐하고 하는 것들이 있으니 주의해라. 환자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면 심심하다 보니 군것질도 주고 그런다. 

 

사랑받는 멘트 하나 꼭 기억해라.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이 멘트 하나면 간호사들이 감동받는다. 간호학생들도 별별 놈들이 오다 보니 그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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